제23강 탈중화주의와 새로운 세계관의 정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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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산문답>의 구성과 특징 === 1. <의산문답>의 소설로 보는 견해: 프랑스 계몽주의자 볼테르의 <강디드>와 비슷하다는 의견. <의산문답>에 약간의 허구적 요소가 있으나, 소설이라고 보기는 어려워 보이며, 문대에 해당하는 작품. * 문대(問對): 묻고 대답한다는 뜻. 동아시아 문학사에서 오랜 전통이 있는 글쓰기 방식. 철리산문이 많음. <의산문답>도 철리산문의 전통을 잇는 작품. (철리산문에는 약간의 허구가 설정되기도 함.) 홍대용은 자신의 생각하는 바를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문대라는 형식을 택한 것으로 보임. 2. <의산문답>을 우화로 보는 견해: 작품은 우화이기 때문에 홍대용의 사상이 디테일마다 표현되었다고 해석해서는 안됨. 장자와 같은 류의 우화이다. 우화에는 인격화된 동식물이 주인공으로 등장해 그 행동에 풍자와 교훈을 담는 이야기이지만, <의산문답>의 실옹과 허자는 동식물이 아님. 따라서 우화라고는 할 수 없음. <의산문답>을 장자와 같은 우언이라고 보기도 어려움. <장자>에는 이야기 하나하나에 특정 사물이나 인물이 등장하는데, 이것들에는 비유, 은유, 알레고리 같은 것이 포함되어 있음. 그러나 이것들이 작가의 분신은 아님. 그리고 이러한 표현방식, 말하기 방식으로 작가의 사상을 전달하고 있음. 하지만 <의산문답>의 실옹은 작자의 분신이고, 허자는 조선의 주자학자 일반을 표상할 뿐만 아니라 부분적으로는 젊은 시절의 홍대용이 일부분 투사되어 있음. (그러나 허자를 완벽히 홍대용의 분신이라고 보아서는 X) -> 즉, <의산문답>은 <장자>처럼 메타포와 알레고리를 통해 간접적으로 말하는 방식이 아니라, 작자의 분신(실옹)과 도학자를 표상하는 인물(허자)을 통해 작자의 사상을 직접적으로 말하는 것에 가까움. -> 실옹와 허자는 허구적 설정이라 하더라도, 그들의 대화는 사실 사상의 ‘직설적 진술’인 것. 그래서 ‘우언적 말하기’인 <장자>와 <의산문답>의 말하기 방식에는 차이가 있음. <의산문답>의 말하기 방식은 <성리대전(당시 조선 학자들이 많이 본 책)>에 실려 있는 북송의 철학자 소옹의 <어초문대>와 유사함. <어초문대>는 낚시꾼과 나무꾼의 대화로 이루어지는데, 이 둘은 허구적으로 설정된 인물이지만, 둘의 대화는 사상의 직설적 직술임. 따라서 <의산문답>은 동아시아적 글쓰기의 전통 속에 있는 작품이라 할 수 있음. 한국문학사에서 문답식 철리산문은 이른 시기에 등장해 발전해왔기 때문에 <의산문답>이 최초의 철리산문은 아님. 이규보의 <슬견설>, <문조물>, 김시습의 <청한잡저>, 장유의 <맹자와 장자의 논변>, 신경준 <소사문답> 등이 이전의 철리산문이고, <의산문답>은 이러한 전통을 계승하는 작품. 실옹과 허자의 문답으로 이루어진 <의산문답>의 형식은 기존의 관점과 대치되는 관점을 개진하는 것에 적절한 형식이었을 것. 또한 새로운 사상을 계몽적 차원에서 알리거나 논쟁적으로 제시하는 것에도 유용한 것으로 보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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