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강 건국신화와 광개토왕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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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명왕 신화의 풍부한 파란과 곡절] === 구<삼국사>를 통해 보면 현전하는 우리나라의 건국신화 중 이정도의 본격적인 서사를 보여주는 것은 동명왕 신화가 유일함. 등장하는 인물도 매우 다채로움. 주요 인물로는 해모수, 주몽, 유화, 하백, 금와왕, 송양왕 주변적 인물로는 부여왕 해부루, 부여국 정승 아란불, 훤화와 위화, 어부 강략부추, 금와왕의 태자 대소와 그 여섯 형제들, 주몽의 세 벗 오이, 마리, 협보, 시종신 부분노 등을 꼽을 수 있음. 사물로는 잉어, 수달, 승냥이, 보리 종자, 오리말, … 이 보임. <삼국사기>에는 이러한 사물들이 하나도 등장하지 않음. [광개토왕 비문과 동명왕 신화] 광개토왕 비문은 크게 네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그 첫 부분에 주몽에 관한 기술이 보임. 이 부분에서 흥미로운 점은 주몽의 아버지 해모수가 전혀 언급되어 있지 않으며, 주몽을 바로 천제의 아들이라고 말하는 것임. 이는 주몽의 권위, 그리고 주몽의 뒤를 잇는 광개토왕의 권위를 높이고자 해서임. 또한, 주몽이 부여에서 달아나는 대목을 남쪽으로 순행하는 것으로 표현하고 있음. 순행(巡幸): 왕이 자기의 영토를 순시하는 것, 다만 당시 주몽은 아직 왕이 아니었기 때문에 순시라는 표현은 맞지 않음. 이 역시 고구려의 시조인 주몽의 사적을 미화함으로써 고구려와 광개토왕을 빛내고자 한 것이 아닌 가 추측할 수 있음. 광개토왕비가 건립된 당시의 주몽 전승이 그랬다기 보다는 주몽을 더욱 위대하게 만들기 위해서 개작된 것으로 볼 수 있음. 이처럼 국가적 요구에 의해 신화는 분식(粉飾)되거나 조작되거나 재창조될 수 있음. 광개토왕 비문은 문학사에서 가장 이른 시기의 주몽 신화를 보여줄 뿐만 아니라 그 글쓰기 역시 주목됨. 매우 질박하고, 힘이 있기 때문. 문장이 거의 모두 실사로 채워져 있고, 어조사가 극도로 절제되어 있어 문장에 힘이 느껴짐. 광개토왕 비문은 문학사에서 ‘비지전장’의 시초를 보여줌. ‘碑誌傳狀’: 비문, 묘지, 전, 행장을 총칭하는 말. 모두 죽은 사람의 삶을 서술하는 장르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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