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인식의 전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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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목적의식에 입각한 소설 창작 === 이러한 두 가지 흐름의 부딪침을 예리하게 인식하고 있었던 인물이 김만중이라고 볼 수 있다. 김만중의 <서포만필>의 몇몇 구절은 김만중이 민중의 언어에 바탕한 문학, 특히 소설을 필두로 한 통속문학의 진정성과 파급력을 얼마나 잘 인식하고 있었는지를 보여주고, <구운몽>은 김만중이 ‘불온한 소설’의 흐름에 얼마나 민감하게 반응했는지를 알려준다. * <서포만필>: “지금 사람들을 모아놓고 진수가 지은 정사 <삼국지>나 사마광이 지은 <자치통감>을 읽어준다면 눈물 흘리는 자가 반드시 있다고 할 수 없으리니, 이것이 통속소설을 짓는 이유이다.“ -> 통속소설은 독자로 하여금 울고 웃게 하는 호소력이 있음. 소설이 지닌 ‘흡인력’에 주목. 16세기 이래 풍속 교화라는 명목 아래 <소학>, <삼강행실도>, <열녀전>, <여칙>, <여계>가 연이어 한글로 번역되었지만, 도덕 교과서가 큰 감흥을 주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었고, 사회의 문화적 향방에 각별한 관심을 가진 상층 지식인이라면 통속 소설의 호소력과 사회적 파급력에 주목하지 않을 수 없었음. 김만중의 소설 창작을 소설의 ‘부정적’ 측면에 관한 인식에서 보자면, * 애정전기의 명편을 중심으로 한 일군의 소설이 담고 있는 ‘현실비판적’ 성격: <강도몽유록>, <달천몽유록>등의 몽유록 형식 작품과 <임진록>, <박씨전> 등 전란을 소재로 한 일부 작품에도 당대 지배층에 대한 노골적인 비판과 상하층의 대립이 나타나있음, * 당대에 유행하던 명말청초 통속염정소설의 ‘음란성’ 이러한 당대 소설의 경향성에 대한 대항적 의미를 지니고 <구운몽>을 창작했을 것이라고 추측. 김만중의 <구운몽> 창작이 노모의 시름을 달래기 위해서라고 알려져있지만, 당대 정치와 문학 양 분야에서 핵심적 위치를 차지하고 있던 김만중이라는 인물이 단지 이러한 이유만으로 소설을 창작하지는 않았을 것, 대다수의 상층 지식인이 소설에 주는 감흥에 빠져 애독자가 되거나 소설의 부정적 성격에 강한 반감을 가지고 일체의 소설을 폄하하거나 배격했던 것에 비해 김만중을 위시로한 초기 장편소설의 작자들은 소설의 긍정적 측면(대중성)을 그대로 끌어안으며 부정적 측면을 배제하는 방식으로 새로운 소설 형식을 창출하고자 하였다. 최상층 사대부의 소설 창작은 거의 대부분 17세기 후반을 전후한 시기에 이루어졌는데, 그 이면에는 '''소설을 유력한 이데올로기 유포 장치로 삼고자하는 뚜렷한 목적 의식'''이 자리잡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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