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7강 임진왜란과 병자호란을 배경으로 한 소설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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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운영전> === <운영전>의 작자는 지금까지 밝혀지지 않았음. 북한 학계에서는 작중인물인 ‘유영‘을 작자로 보고 있지만, 특별한 근거가 있는 것은 아님. 최근 허균을 작자로 추정한 논문도 나왔지만 작품의 필치나 감수성이 허균의 것으로 보기에는 어려워보임. 선생님은 <운영전>의 작자가 성로라고 보고 계심, 그러나 성로가 지었다는 문헌 기록이 있는 것은 아님. 성로의 문집인 <석전유고>와 <운영전>을 대조하고 작자의 실존과 <운영전>의 미적 지향을 대조한 추정. <위생전>에는 권필이 지은 <주생전>의 영향이 발견되지만, <운영전>은 그렇지 않음. 따라서 <운영전>과 <주생전>은 완전히 다른 지향과 감수성을 보여줌. 그러나 삽입 시가 매우 많고, 남녀의 사랑이 우여곡절로 서사되고 있다는 점에서 비슷한 바가 있음. 그러한 점에서는 상호텍스트성이 존재한다고 할 수 있음. <위생전>과 <운영전>은 완전히 다른 이야기지만, 여타의 소설들과는 다른 남녀주인공이 ‘쉽게 죽는다.’는 공통점을 보여줌. 또한 두 작품의 도입부에서 소숙방과 운영이 읊은 시에는 모두 상사의 정이 표출되어 있으며, 이를 통해 이후의 서사 전개가 암시되는데, 공통적으로 당나라 시인 송지문이 지은 <유소사>의 한 구절이 원용되고 있다는 것임. l <유소사(有所思)>: 漢代 악부 鐃歌 18곡 가운데 하나. 본시는 그리운 사람이 멀리 있음을 노래한 것이다. 여기서는 ‘봄에 생각하는 바. 곧 인생무상을 느끼고 노래한 것’이란 뜻 이는 성로 소설의 라이트모티브(작품들에 반복되는 기법)를 이룬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함. <운영전>에는 남자 주인공의 입을 통해 당나라 시인 이백을 예찬하는 말이 한참 나오는데, <석전유고>를 보면 성로가 이백 풍의 낭만적인 시를 즐겨 썼음을 알 수 있음. <위생전>과 <운영전>의 삽입 시들도 대개 이백 풍의 낭만적인 시들임. <위생전>이 소설로서 허술한 부분이 없지 않은 것과 달리 <운영전>은 필치가 빼어나고 주제의식도 문제적이라는 점에서 성로는 <위생전>을 먼저 짓고 이후 <운영전>을 쓴 것으로 보임. 특히 여성의 정욕에 대한 긍정의 메세지는 작품의 창작시기를 고려햤을 때 놀라운 부분이라 할 수 있음. 이러한 점에서 <운영전>은 <금오신화>, <춘향전>과 함께 고전소설의 명편에 속하며, 최고의 예술적 성취를 보여준다 할 수 있음. 여주인공인 운영은 남쪽의 미천한 신분 출신이며, 남주인공 김진사는 사족 출신 인물임. 서로 신분이 다른 두 사람은 깊은 사랑에 빠져 결국 스스로 목숨을 끊게 됨. 운영은 안평대군이 총애하는 궁녀였기 때문에 둘의 사랑은 위험하고 금지된 사랑이었음. <운영전>은 사랑을 통해 조선 사회의 경계를 넘었다할 수 있으나, 그 귀결이 죽음이었다는 점에서 출구가 없는 조선 사회 내부를 잘 보여준다 할 수 있겠음. 성로가 위험하고 놀라운 사랑의 서사를 쓸 수 있었던 것은 기녀 설죽이 존재했기 때문으로 보임. <운영전>처럼 성로와 설죽은 신분에 큰 차이가 있었고, 성로는 설죽을 통해 미천한 신분의 여성, 사랑의 근원적 의미에 대한 이해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할 수 있던 것으로 보임. 이 작품은 임진왜란으로 폐허가 된 안평대군의 사궁인 수성궁에서 서술자(유영)이 150년전 인물인 김진사와 운영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는 것으로 시작됨. 그런데 작품이 종료될 즈음, 유영이 김진사와 운영을 만나 그들의 이야기를 들을 것이 꿈 속의 일임이 드러남. '''몽유록'''의 형식을 취하고 있는 것. 작품 말미에서 김진사와 운영은 안평대군이 수양대군에게 죽임을 당하는 바람에 수성궁의 주인이 없어진 것을 슬퍼할 뿐만 아니라, 전쟁으로 수성궁이 잿더미가 된 것을 가슴아파함. 또, 사육신 중 하나인 성삼문이 궁녀들의 시를 평가하는 등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음. è 이러한 점을 통해 작가가 안평대군과 성삼문에 대한 역사적 기억을 소환하고 있음을 알 수 있음. 당시 사육신은 아직 복권이 이루어지기 전이었고, 안평대군과 성삼문에 대해 대놓고 말하는 것은 위험한 일이었음. 따라서 작자는 안평대군과 성삼문을 은밀한 방식으로 추억하고 있는 것. 종래에는 <운영전>의 자유연애적인 측면에 대한 주목만이 이루어졌지만, 이 작품의 문제의식은 단지 그것만이 아니며, 두 개의 문제의식이 겹쳐있다는 것이 중요함. 또한, 김진사와 운영의 비극이 안평대군과 사육신의 비극으로 들어가는 은밀한 통로가 되고 있어, 두 개의 비극이 설정된 것으로 볼 수 있음. <운영전>의 이러한 중층성으로 인해 작품의 전모를 제대로 이해하고, 작가가 보내는 메세지를 제대로 해독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라 할 수 있음. 성삼문과 안평대군을 통해 수양대군의 왕위 찬탈을 은근히 소환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 작품은 정신사적으로 김시습의 <금오신화>나 임제의 <원생몽유록>과 연결되어 있다고 할 수 있음. 이 점에서 <위생전>에 인간의 ‘지조‘가 문제삼아졌는지 알 수 있게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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