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5강 해동도가와 새로운 질서 모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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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고운전> === 해동도가의 도맥에서 최치원은 매우 중요한 위상을 점하고 있음. <해동전도록>, <청학집>, <해동이적> 세 책 모두에 최치원이 거론되고 있다는 점에서 이를 알 수 있음. <최고운전>은 16세기 후반에 한문으로 창작되었고, 작자와 창작시기는 미상이지만, 1579년 이전에 창작된 것은 분명함. (고상안의 <효빈잡기>에 “기묘년(1579)에 충청도에 갔을 때 보령 현감이 <최고운전>을 자기에게 보여줬다”고 하고 있기 때문.) <최고운전>의 내용은 최치원의 실화와는 관련이 없으며, 민간 설화, 미간의 상상력에 의거한 허구로 보임. 이 작품에서는 몇 가지가 주목되는데, 1. 가부장의 권위를 부정하고 있음 <nowiki>:</nowiki> 최치원의 아버지가 최치원이 태어나자 그를 집 밖에 버리도록 하는데, 나중에 이를 후회하고 최치원을 집으로 데려오라고 사람을 보냄. 그러나 최치원은 이를 거부하면서, “나를 금돼지의 자식이라며 이곳에 버렸으면서 이제 와서 조금도 부끄러워 하는 마음 없이 나를 보고 싶어 하신다고? (…) 그런데도 아버지는 나를 버렸으니 이 얼마나 잔인무도한 일이오? 그래 놓고 이제 와서 무슨 면목으로 나더러 부모를 찾아뵈라는 거요? 만일 또다시 나를 보고 싶다고 한다면 나를 바다로 뛰어들고 말거요.” ->최치원이 집으로 돌아오라는 아버지의 명을 거부하며 한 말. 가부장의 권위가 부정되고 있음. (잘못을 뉘우치면 용서하는 것이 자식의 도리인데 그것을 거부하고 있는 것) 2. 중국의 권위를 부정하고 있음. <nowiki>:</nowiki> 중국은 부당하게 우리나라를 압박하고 업신여기며 침략하려고 하는 나라로 여겨지고 있음. 그래서 최치원이 중국에 가서 황제를 욕보이기까지 함. 당시로써 매우 파격적인 서사라고 할 수 있음. 3. 신분제 질서를 부정하고 있음. <nowiki>:</nowiki> 최치원은 자원해서 신라 나승상의 종이 되는데, 나승상의 딸과 혼인하기를 요청하고, 혼인을 관철하게 됨. 나승상은 최치원의 요구에 “ 종놈의 사위로 삼는 법이 어디 있단 말인가. 저놈의 말이 참으로 고약하구나” 라고 말함. 종이 승상의 딸과 결혼하는 것은 현실에서 일어나기 불가능한 일이지만 <최고운전>에서는 이것이 실현됨으로써 신분적 질서의 전복을 꾀하고 있음. 4. 여자를 남자보다 더 명민하고 지혜로운 존재로 그려내고 있음. <nowiki>:</nowiki> 주인공인 최치원을 제외하고 거의 다 그럼. 최치원의 부친보다 모친이, 나승상보다는 승상의 처가 더 지혜로운 인간으로 나타남. 나승상의 딸도 명민하고 지혜로운 여인으로 나ㅏ남. 남성들은 어려운 상황에 처하면 눈물을 흘리며 울지만 여성들은 울지 않음. 5. 최치원과 자국 임금의 불화를 그림. <nowiki>:</nowiki> 최치원 <-> 권력 사이의 불화, 긴장 관계를 나타냄. 최치원은 권력에 순종하지 않고, 이 때문에 권력에 편입되지 못함. ㅡ> <최고운전>이 보여주는 가부장적 질서에 대한 부정은 일체의 지배 질서에 대한 부정과 연결됨. 대외적으로는 중화주의적 질서에 대한 부정, 대내적으로는 신분제적 질서나 젠더적 차별에 대한 부정, 권련의 부당한 권위에 대한 부정과 연결되고 있음. 즉, <최고운전>은 '''기존의 가부장적 질서, 중국 중심적 질서, 신분제적 질서, 젠더적 질서에 반발하면서 새로운 질서를 모색'''하고 있음. 새로운 질서를 세우고자 하는 <최고운전>의 지향에는 해동도가의 정치적, 사상적 입장이 반영되어 있음. (지배 체제 바깥에 있던 16세기 도가적 지식인들의 세계관이 반영되어 있는 것.) 도가적 지식인들은 유교적 세계관의 틀로 구성된 세계와는 다른 세계를 꿈꾸었는데, 이러한 ‘꿈꾸기‘는 주로 ’'''설화적‘ 담론 방식'''으로 표출되었음. -> 이러한 표출 방식은 곧 '''민중적 사고방식, 감수성과 연결'''됨. <최고운전>의 작자는 해동도가의 사상을 지닌 주변부 지식인이었을 것으로 추정됨. 대내적으로는 반권력, 반위계적 지향을 보여주며, 대내적으로는 존화적 사대주의에 대한 비판의식을 보여주는데, 사실 이 두 측면은 서로 연결된 것으로 판단됨. -> 지배권력과 위계적 사고방식이 존화적 사대주의를 떠받치고 있기 때문임. <최고운전>에서 특히 주목되는 것은 민족자존 의식, 민족 주체성의 단초가 이 작품에서 발견된다는 점임. -> 중국의 침략에 대한 반대, 자국 문화와 자국의 지적 수준에 대한 강한 자부심의 피력을 통해 나타나고 있음. <최고운전>에서 일방적 사대주의에 대한 반대가 천명된 것에는 해동도가에 내재된 주체적 역사 의식 뿐만 아니라 당시의 역사적 배경이 영향을 주었을 것으로 보임. 16세기 전반기인 중종 때 들어서서 명에 대한 사대과 이전과는 다른 양상을 보이게 됨. 중종은 반정으로 왕위에 올라 왕권의 정통성이 약하다는 단점이 있었고, 이를 중국 황제에게 기댐으로써 해소하고자 하였음. 17세기 전반기의 인조도 비슷한 양상을 보였음. -> 사대가 심화됨. 따라서 16세기 전반기에 심화된 명에 대한 사대정신에 대한 반발로 <최고운전>의 사대주의에 대한 비판이 나타나지 않았는지 생각해볼 여지가 있음. <최고운전>에 일방적 사대주의에 대한 비판은 나타나지만, 그 토대가 되는 화이론적 세계관에 대한 성찰과 모색은 이루어지지 않음.(이는 18세기 후반 홍대용에 의해 가능해짐.) 이러한 한계가 있지만 '''민중적 서사 방식으로 민족에 대한 자존 의식을 표명'''함으로써 '''맹목적 모화주의에 대한 엄중한 비판을 제기'''하고 있다는 점에서 우리 문학사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작품이라 할 수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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