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8강 국문소설 및 장편소설의 형성과 전개 편집하기 (부분)

=== <임진록>, <임경업전>, <박씨전> ===
<임진록>은 임진왜란을 배경으로 한 꾸며낸 이야기. 실존 인물과 허구적 인물들이 등장하고, 전투의 방식도 도술임. 

민간에 떠돌던 설화를 수습하여 작품을 엮었다고 생각되고, 따라서 작품 속에서 민중의 의식이 확인됨. 

ex) 중국군 사령관 이어령이 우리나라에서 명장이 많이 나올 것을 시기해 팔도 산천의 혈맥을 끊어놓는데, 한 노인이 이여송을 혼내고 본국으로 돌아가라고 꾸짖음. -> 조선 인민에게 패악질을 했던 중국 군대에 대한 비판적 인식.

이러한 중국에 대한 시선은 16세기 말에 창작된 <최고운전>과도 연결됨. (소설의 지향은 다름.)

<임경업전>은 역사적 인물이 주인공이나, 내용은 완전히 허구임. 

17세기 이래 다양한 문인들이 임경업의 전기를 썼으나, 이는 사실에 입각한 서사였음. 하지만 국문소설 <임경업전>은 꾸며낸 이야기이므로 관련이 없음. 하지만 <임진록>과는 달리 도술담이 나오지 않는다는 점에서 설화화된 ‘임경업 이야기’를 토대로 창작된 것으로 보임.

박지원의 <열하일기> 중 <도강록>에 

“또한 우리나라 민간의 점포에서 입으로 <임장군전>을 낭송하는 것과 비슷하다.”

는 말이 나오는데, <임장군전>은 <임경업전>임. 또한 박지원이 열하에 간 것이 1780년이므로, <임경업전>이 그 이전에 존재했음을 알 수 있음. 경판본 <임경업전> 끝에 


“출주 달천에 서원을 세워 임경업을 제사 지내게 했다.”는 말이 보임. 달천에 임경업의 사당인 충렬사가 세워진 것은 1726년이므로, 이 이후에 작품이 성립되었을 것. 

-> <임경업전>의 창작 시기는 1726~1780년 사이일 것.

<박씨전>의 주인공은 박씨 부인인데, 박씨는 여성 영웅소설의 주인공과 도술을 행한다는 점에서는 같지만, 자기가 직접 나서서 전투를 하거나 적과 싸우지는 않는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음. 

여성 영웅소설에서 여성은 가정 밖으로 나오지만, <박씨전>의 박씨는 가정 내부에 존재하고 있다는 점이 다름. 이는 여성 영웅을 가정 밖으로 나올 수 있게 해주는 ‘남장 모티프’가 <박씨전>에는 존재하지 않기 때문임. 그러나 박씨가 여성 젠더로서 국사에 참여하고 있다는 사실은 주목될 만함. 젠더 전환이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에 가정 내부에 존재하지만. 다른 방식으로 공적 영역에 관여하고 있는 것. 이는 19세기 김소행의 <삼한 의열녀전(삼한습유)> 여주인공 향랑에게도 보이는 면모. (집 안에 머물면서 남편 효렴을 통해 국가사에 관여하고, 이를 통해 신라의 삼한 통일을 가능하게 함.) 

여주인공의 이러한 면모는 나름의 의미가 있지만, 여성이 가정 내의 존재라는 가부장제 사회의 이분법적 성별 체계를 깨지 못한다는 한계가 있음. 이러한 점을 고려할 때 <박씨전>은 18세기 후반 경에 성립된 것으로 추정되는 여성 영웅소설보다 조금 앞서 지어진 것으로 보임.

<박씨전>에 박씨의 남편 이시백이 임경업과 함께 중국으로 가서 명나라를 도와 오랑캐인 가달을 격퇴하는 장면이 나옴, 이와 비슷한 장면이 <임경업전>에도 나오므로, <임경업전>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임. 

-> 이러한 점을 고려했을 때 <박씨전>은 18세기 전기~후기의 어느 시기에 창작되었을 가능성이 높아보임. 

서사의 내용이나 여성으로서 자신을 실현하는 방식을 고려하면 박씨는 영웅보다 이인(異人)에 가까운 인물. 따라서 영웅소설보다는 <최고운전>, <전우치전>의 계보를 잇는 이인소설에 해당한다고 보아야 적확할 듯.

<박씨전>은 <최고운전>과 달리 국가와 여성이라는 주체를 옹호하고 있음. <최고운전>은 여성에 대한 우호적인 시선이 나타나지만, 여성이 주체로 나서지는 않음. 그에 반해 <박씨전>은 남성이 아닌 여성 이인을 등장시키고 있다는 점에서 시대의 변화가 나타남. 또한 <최고운전>과 마찬가지로 해동도가의 감수성과 상상력이 내장되어 있다고 할 수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