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새로운 시대정신
「운영전」은 우리 고전소설을 대표하는 걸작 중 하나임. 그러나 작품의 작자와 창작 시기가 밝혀지지 않음.
『금오신화』, 『구운몽』과 같은 작품의 경우 작자가 당대부터 알려져 있었던 반면 「운영전」은 작자에 대한 정보가 전혀 없음. 창작 시기도 17세기 전반으로 추정될 뿐 정확한 시기를 알 수 없음.
「상사동기」, 「왕경룡전」과 함께 『삼방록』이라는 애정소설집에 실린 「운영전」의 표제 옆에 “대명천계이십일년大明天啓二十一年”이라는 기록이 있음.
‘천계’는 명나라 희종의 연호로, 1621년에서 1627년까지 7년 간 사용되었으므로 ‘천계 21년’은 존재하지 않으나, 환산해보면 1641년임. 명과 청의 교체기라는 특수 상황을 감안하면 당시에 ‘천계’라는 연호를 사용했을 가능성이 있으므로 1641년 이전에 창작되었다고 볼 수 있음.
1626년 이후 17세기 전반에 성립한 한문소설집 『화몽집』에 「주생전」, 「달천몽유록」, 「강로전」과 함께 실려있다는 점에서 17세기 전반에 창작되었다는 것은 확실함.
작품 내에서 유영과 운영이 만난 날짜가 “만력 신축년 3월 16일”로 명시되어 있는데, ‘만력 신축년’은 1601년임. 「달천몽유록」과 같은 몽유록의 전통에서 이 날짜는 창작 시기와 멀지 않아 보임. 「운영전」의 서두에 폐허가 된 서울 풍경에서도 이 무렵을 창작 시기로 보는 것이 가능함.